너는 뜨거운 여름날 소나기와 함께 이 마을에 나타났다. 몇 없는 짐을 들고서 너는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우리 집의 옆집으로 들어갔다. 잠깐 마주친 눈빛이 꽤 매서웠다. 그 시선에 놀란 나는 얼른 집 안으로 돌아왔다. 너에 대한 내 첫인상은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무서워.' 아주 작은 이 마을에 외지 사람이 들어오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었...
"자, 마셔. 마시고 싹 잊어." 네 앞에 놓인 술잔을 채웠다. 너는 답지 않게 술잔을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단번에 삼켜낸 술이 꽤 썼는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데 그 모습은 짜증이나 화가 났다기 보다는 오히려 슬픔이 가득 차 보였다. 어쩐지 눈가가 붉어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빈 술잔을 채우고 너는 마시고. 한참을 반복했다. 아무 말도 없이. 술을 ...
학교가 끝난 지는 많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인제야 밖으로 나와서 문구사로 왔다. 원래 아줌마가 우리 엄마랑 친한 사이라서 여긴 안 오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친구들이 문구사에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고 해서 왔다. 오늘은 그동안 모은 내 용돈으로 예쁜 내 짝꿍한테 줄 선물을 고르려고 왔다. 나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어서...
"오늘은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습니다. 서울은..." 옷을 갈아입다가 들려오는 일기예보 소식에 고개를 들어 티비를 봤다. 기상캐스터의 뒤쪽으로 보이는 지도 위에는 온통 햇빛이 쨍쨍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차라리 비가 오면 좋았을까. 나는 티비를 끄고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혀 떨어진 리모컨은 뚜껑이 ...
*살인 묘사가 들어있습니다. 유의해주세요. *분명히 픽션임을 밝힙니다.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세요. 그게 제 조건이에요. 혹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으세요? 아니면 첫눈에 반해 본 적 있으세요? 저는 그거 안 믿어요. 그런 적도 없구요. 그 애도 그랬어요. 그 아이는 되게 예쁜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냥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죠...
"너네 시험 일주일 남았으니까 자습해." "쌤 저희 종일 자습이었는데요." "맞아요. 다른 거 하면 안 돼요?" "뭐래. 시험 자신 있나 보지?" 아이들의 원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반 전체를 울렸다. 열일곱의 창창한 나이에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 하얀 종이에 적힌 작은 글씨들만 보려니 좀이 쑤시는 게 당연할 것이다. 자습하게 두고서 밀린 영상들이나 보려고 ...
*병사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꽃집을 찾았다. 너를 오랜만에 보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그래도 특별한 날이니까. 꽃집을 잠깐 둘러보다가 노란 꽃 앞에서 멈춰 섰다. 전날에 사진으로 계속 보던 그 꽃이다. "이거 수선화 꽃다발로 포장해주세요. 한 5송이 정도. 하얀색 수선화도 있나요?" "네. 당연히 있죠. 섞어서 드릴까요?" "네." 예쁘게 포장된...
희망 1. 명사.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2. 명사.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추운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겨울에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겨울에는 그저 이불 속에 들어가서 귤이나 까먹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이나 몰아서 보는 게 그게 나의 일상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나는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위험해. 그런 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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